그 볼보, 사실 중국차입니다, 스웨덴 명품 브랜드의 은밀한 정체성 논란

북유럽의 안전 신화가 중국 자본에 넘어간 지 14년… 과연 볼보는 어떤 차일까요?


요즘 볼보 차량을 보면 많은 분들이 “아, 그거 안전한 스웨덴 차 맞죠?”라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좀 복잡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0년부터 볼보는 중국 자본 소유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볼보의 숨겨진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안전의 전설

볼보는 192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에서 유래된 이름답게, 80여 년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학을 유지해왔습니다. 볼보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안전성이죠.

특히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은 자동차 역사의 혁명이었습니다. 당시 차량의 평균 속도가 50~60km/h였던 시절에 이 안전벨트 덕분에 충돌 사고가 나도 거의 100% 생존율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볼보가 이 혁신적인 기술을 특허 신청하지 않고 경쟁사들에게 무료로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안전을 위한 기술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 때문이었어요.

볼보는 1970년에 사고 연구 전문팀을 만들어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 본사 반경 100km 내에서 볼보 차의 사고가 발생하면 차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당 차량을 자사의 연구소로 견인해온 뒤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야말로 안전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포드의 품에서 보낸 11년

1999년 볼보 그룹은 트럭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승용차 사업부를 포드에 매각했습니다. 이때부터 볼보는 재규어, 랜드로버와 함께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운영되었습니다. 포드 산하 재규어, 랜드로버 등과 함께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으로 묶여 운영되었죠.

포드 시절 볼보는 나름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모든 걸 바꿔놓았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포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거든요. 포드는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볼보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중국 지리의 깜짝 인수극

단돈 18억 달러의 대박

2010년이 볼보 역사의 분기점이었습니다.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이 볼보를 단돈 18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어요. 한화로 약 2조 원 정도였죠. 동년 8월에 현금 13억, 지폐 2억, 총 15억 달러를 지불하여 인수를 완료했고, 볼보는 지리의 완전한 계열사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리자동차는 원래 소형 오토바이를 만들다가 2001년에서야 비로소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그야말로 초짜 업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회사가 북유럽의 전통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볼보를 인수하였으니 당시에는 ‘뱀이 코끼리를 잡아먹었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특별한 인수 조건

포드와 저장지리홀딩그룹의 매각 협상에서 약간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원래 포드는 볼보 기술 유출 우려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입장 차이로 처음에는 매각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논의 끝에 포드는 볼보가 가진 기술에 대한 기존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저장지리홀딩그룹은 기술 사용권을 얻는 것으로 타협을 보게 되었습니다.

즉, 지리가 볼보를 샀지만 핵심 기술의 진짜 주인은 여전히 포드라는 거죠. 볼보는 앞으로도 엔진과 플랫폼 등의 주요 기술은 계속 포드에서 제공받게 되고, 포드 시절 기술 기반으로 개발한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왜 볼보를 포기했을까?

사실 볼보 매각 당시 여러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금이 풍부했던 현대자동차의 인수설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대 역시 여러 번 검토 끝에 거절했습니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했다

현대는 이미 자동차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볼보의 기술력이 간절하게 필요하지 않은 입장이었습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시 현대차 입장에서는 굳이 볼보를 인수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15조원을 부동산에 쏟아부은 현대차

흥미로운 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한전 부지 거래에 쏟은 금액만 15조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볼보 인수 금액의 7배가 넘는 돈을 부동산에 쏟아부은 셈이죠. 현대차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고, 최근에는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10조원을 배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긴 하네요.

지리의 천재적 전략

간섭하지 않기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업체의 볼보 인수를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볼보 브랜드가 망가질 거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지리자동차 리수푸(李书福) 최고경영자는 “‘지리는 지리, 볼보는 볼보’일 뿐 이 둘을 절대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략이 대박이었어요. 우려되었던 바와는 달리 볼보의 경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인수 이후 지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라인 업이 진일보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저장지리홀딩그룹이 볼보 인수와 추가 투자에 쏟은 비용만 27억 달러(약 3조 원)이며, 약 20조를 추가로 투자했다고 합니다.

윈윈 전략의 성공

어차피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지길 원해왔던 저장지리홀딩그룹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간섭했다가 볼보의 이미지가 망가지면 오히려 손해가 되겠죠. 저장지리홀딩그룹은 볼보의 세부 경영이나 자동차 브랜드에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하되 볼보의 기술을 배워가거나 서로 기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리자동차는 2018년 총 150만 대의 승용차를 중국 시장에 판매했습니다. 상하이 폭스바겐, 이치 폭스바겐, 상하이 GM 등 탑 3 바로 밑이 지리자동차예요. 중국 브랜드 가운데 판매량 4위에 오른 기업은 지금까지 지리가 유일합니다.

중국 생산 vs 스웨덴 생산의 딜레마

한국에서만 바가지?

현재 볼보는 중국, 스웨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2013년부터 중국 쓰촨성 청두, 헤이룽장성 다칭, 저장성 타이저우 등 3곳의 현지공장을 추가로 세웠어요. 볼보코리아가 스웨덴에서 생산한 차량 대신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 수입을 더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이후부터 볼보의 준대형 세단 S90이 전량 다칭 현지 공장 생산으로 일원화되면서 중국차 이미지가 더욱 짙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다소 논란이 있었는데, 중국산 모델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격 역전 현상

문제는 가격입니다. 중국에선 XC60을 6500만원 이하에 살 수 있지만, 똑같은 모델의 한국 가격은 6950만원 정도입니다. 한국 판매 가격이 중국보다 평균 300만~500만원 더 비싼 셈이에요. 특히 중국에서는 2024년형 XC60 재고가 늘면서 1800만~2000만원 정도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되레 판매 가격을 50만원 더 높였다고 합니다.

이런 가격 책정은 한국에서만 볼보 인기가 유난히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볼보가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쌓이자 한국 고객들은 중국산인지 스웨덴산인지 구분하지도 않은 채 볼보 차량을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볼보 입장에선 일종의 판매 호기를 만난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볼보는 중국차인가?

복잡한 정체성

결론적으로 말하면, 볼보는 **”중국 자본의 스웨덴 브랜드”**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소유주는 중국 지리자동차지만,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 디자인은 여전히 스웨덴의 DNA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볼보 본사 측에서도 중국 생산 모델에 대해 “생산국에 상관없이 동일한 안전 내구도 테스트 등을 거치기에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시대의 자동차 산업

더 중요한 건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순혈주의는 의미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벤츠도 중국에서 만들고, BMW도 미국에서 만드니까요. 볼보를 중국차로 보게 된다면 벤츠 역시 중국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현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AG의 최대주주는 베이징 자동차거든요.

오늘날 자동차 제조사의 인수, 매각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 제조사의 소유주가 바뀌게 된다 할지라도 제조사의 철학과 품질은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최종 판정: 애매한 정체성의 글로벌 브랜드

볼보는 중국 돈과 스웨덴 기술, 그리고 글로벌 생산이 결합된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차가 안전하고 좋은 차냐는 거죠. 볼보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 브랜드 중 하나니까, 굳이 “중국차”라고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는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는 개발하지 않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만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친환경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어요. 갈수록 세지는 규제로 인해 디젤 엔진 개발 비용이 증가하는데 하이브리드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만 바가지 씌우는 건 좀… 그렇네요. 같은 중국산 볼보인데 중국보다 비싸게 파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자동차의 국적보다 중요한 건 운전자의 안전입니다” – 볼보의 영원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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