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차인데 2천만원 차이?” 기아 EV5 ‘가격역차별’ 논란 확산

중국 2900만원 vs 한국 4855만원…소비자들 “국내 호구로 보나”
기아가 야심차게 선보인 전기 SUV ‘EV5’가 출시와 동시에 뜨거운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에서는 2900만원에 판매되는 똑같은 차가 한국에서는 4855만원에 출시되면서 무려 2000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아가 공식 출시한 EV5는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같은 차에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느냐”, “국내 소비자만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실패작,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에서 EV5가 참담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1월 104대, 12월 347대가 판매되며 2개월 동안 겨우 451대만 팔렸다. 2024년 1분기에도 1401대에 그치며 현지 경쟁 차량에 지속적으로 뒤처지는 실적을 보였다.
7월 기준 누적 판매량도 약 6000대에 불과해, 같은 기간 테슬라 모델Y가 48만대 이상 판매된 것과는 천지차이다. 중국 소비자들조차 외면하는 차를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에 내놓은 셈이다.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는 기아의 해명
기아 측은 격렬한 소비자 반발에 “중국형과 한국형 EV5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며 가격 차이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첫째, 배터리가 다르다.

중국형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반면, 한국형은 에너지밀도와 충전 효율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배터리마저 중국 CATL에서 공급받는 것이어서 “결국 중국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둘째, 생산지가 다르다.
중국형은 중국 옌청 공장에서, 한국형은 광주 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아는 이를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생산지가 달라서 2천만원을 더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박하고 있다.

셋째, 안전사양과 편의기능이 다르다.
중국 기본형인 ‘EV5 530 라이트’ 모델은 전방충돌방지보조, 지능형 속도제안보조(ISLA), 페달오조작 안전보조 등이 빠진 ‘깡통’ 사양이다. 또한 V2L 기능도 없고, 실내 공간 구성도 벤치형 시트를 적용해 한국형과 차이를 보인다.
“그래도 2천만원은 과하다” 소비자 분노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차이점을 감안해도 2천만원의 가격 차이는 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아전기차가 LFP를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중국은 보조금 안 주니 싸게 팔고 한국은 보조금 지급하니 비싸게 팔겠다는 속셈 아니냐”는 댓글이 수백 개의 공감을 받았다.
특히 풀옵션 가격이 57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에어 트림 기본 4855만원에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841만원이 더해져 총 5696만원이 된다.
한 소비자는 “이 돈이면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도 살 수 있는데, 굳이 EV5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보조금 포함해도 여전히 비싸
기아는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가가 4000만원 초반대로 떨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최대 86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에어 트림의 경우 실구매가가 4000만원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조금 예산이 한정적이고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상황에서, 모든 구매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보조금을 받더라도 4000만원대라는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스포티지 대안 될까, 또 다른 ‘비싼 국산차’ 될까

기아는 EV5를 스포티지의 전기차 대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실제로 차체 크기나 공간 활용성 면에서 스포티지와 유사한 수준을 제공한다.
하지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최고 트림이 472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EV5 최고트림은 거의 1000만원이 더 비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최고 트림 (5293만원)과 비교해도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EV5가 전기차 대중화를 표방했지만, 현재 가격으로는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실패의 그림자, 한국에서도 반복될까

중국에서 2년간 겨우 6000대밖에 못 판 EV5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테슬라 모델Y의 절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외면받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아이오닉5, EV6 등 검증된 전기차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과 중국 실패라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더해져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V9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인 것처럼, EV5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EV5의 가격 정책은 리스크가 크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